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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글 읽고 쓰기

[취미/독서] 소설/츠지 히토나리/냉정과 열정사이

 

 

- 인간이란 잊으려 하면 할수록 잊지 못하는 동물이다

- 필요 때문에 입을 열어야 할 일은 사실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 사람이란 살아온 날들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소중한 것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고, 나는 믿고 있다. 아오이가 그날 밤의 일을 완전히 잊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시는 그녀를 만날 수 없을지 모른다 해도

- 미래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아 늘 우리를 초조하게 해. 그렇지만 초조해 하면 안 돼. 미래는 보이지 않지만, 과거와 달리 반드시 찾아오는 거니까

- 누구에게도, 아무리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라 해도,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두운 그림자 한둘은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나는 몇 사람 분의 쾌활함을 가지고 있는 메미의 가슴에 깃들인 그 어두운 그림자가 너무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것은 나 자신의 인생과도 겹치는 회색 그림자이기도 했다

- 내 서른 살 생일날, 피렌체의 두오모, 쿠폴라 위에서 만나. 어때?

- 시간만 나면 우리는 미래에 대해 상상했다.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돈이 없는 우리로서는 너무도 우아한 놀이이기도 했다

- 밀라노에도 피렌체에도 바다는 없다. 그럼에도 내 귀에는 이탈리아의 해안을 때리는 하얀 파도 소리가 들려 왔다

- 조용한 하루였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눈앞에 닥쳤지만 세상은 나 몰라라 하며 평온히 움직이고 있었다

- 만나지 못한다해도 나는 최후의 순간까지 쿠폴라 위에서 기다릴 것이다. 기다리면서 8년이란 시간을 복원할 것이다. 그리고 아오이가 오지 않아도 나는 무너져 버린 나를 스스로의 힘으로 재생시키고 당당히 내려올 것이다

- 그러므로 지금, 신기하게도 나는 예상하지 못한 평온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내가 있다. 아오이는 오지 않을지 모른다. 나는 8년이란 세월을 풀어 놓았다. 지금의 아오이와의 과거에, 그리고 자신의 현재에 결착을 짓기 위해 여기에 있다.

- 그녀의 짐은 작은 가방 하나였다. 그것을 내가 받아 들고, 그녀는 내 바로 앞에서 발끝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우리 두 사람 사이로 냉정과 열정이 번갈아 밀려와, 말과 감정을 억눌렀다.

- 나는 가슴속에서 작은 열정 하나가 반격에 나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순간, 과거도 미래도 퇴색하고 현재만이 빛을 발한다...(중략)...과거도 미래도 현재를 이길 수 없다...(중략)...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지금이라는 일순간이며, 그것은 열정이 부딪혀 일으키는 스파크 그 자체이다.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현재는 점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되어 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내 가슴을 때렸다. 나는 과거를 되살리지 않고, 미래를 기대하지 않고, 현재를 울려퍼지게 해야 한다.

 

서른이 넘어 읽은 냉정과 열정사이는 매 구간마다 나를 울렁이게 했다. 베트남 나트랑 리조트의 한 욕조에서 맥주를 마시며 읽어내려가며 나는 쥰세이가 되기도, 쥰세이의 과거 아오이가 되기도, 현재인 메미가 되기를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