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기록/집사일기

같이 산지 한달 째. 언제 손이 닿을까.

2020년 1월 6일.
내일이면 마고(삼색, 암컷, 생후 3개월)와 마롱(밤색, 수컷, 생후 3개월)이와 함께 산 지 한달이 되는 날이다.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한달 뒤면 내 머리맡에서 자고 있을 줄 알았던 아이들은 여전히 나를 경계한다.

고양이를 키우는 주인을 흔히 '집사'라고 표현하는데, 난 정말 그 정의대로 집사였다. 주인님에게 어떤 손길도 닿지 못한 채,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 전까지 주인님들이 어질러 놓은 물건을 정리하고.. 아니, 그 전에 화장실 청소부터 한다. 감자를 캔다고 흔히 얘기하는데 두 마리라 그런지 여러번 캐야 한다. 그러고 배가고픈지 눈을 뜨고 내 근처를 서성이는 주인님들을 위해 후다닥 밥그릇을 채우고 다 드시고 나면 간식까지 상납해야 한다.
주인님들이 다 드실때까진 그 근처에 가면 안된다. 놀라 도망가다 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앞으로 움직일 동선이 주인님의 위치에 따라 정해지곤 한다.

가끔은 서럽다. 오늘같이 밤 9시 반임에도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는 날이면 더욱.
나의 손길을 허락치 않는 도도한 주인님들이 보고싶어 얼른 집에 가고 싶지만 일이 쌓여있는 이 현실이. 그리고 내가 없어야 자유롭게 마음 편하게 집을 누빌 아이들이 눈 앞에 오버랩되면서 서러워진다.